이태원 대참사로 드러난 재난보도와 저급한 기자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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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략)
특히 KBS는 방송사 통틀어 가장 먼저 뉴스특보 체제로 사고 소식을 집중 보도했다. 녹사평역에 중계차도 가장 먼저 급파해 취재기자의 리포트와 목격자 인터뷰도 민첩하게 담아냈다. 위기 상황일수록 SNS나 유튜브보다 공신력 있는 지상파의 신뢰도가 올라가는 법. 뒤를 이어 MBC, SBS가 약 30분 간격으로 특보를 이어갔고, 보도전문채널 YTN은 이들보다 한 시간이나 늦게 앵커를 내보냈다. 종편 중엔 그나마 jtbc가 자정 넘어 사고 소식을 다뤘다
대본이 없는 만큼 앵커가 날 것 그대로 진행해야 하고 현장을 수시로 연결하다 보니 흐름이 매끄럽지 않았지만, 재난방송에서 중요한 건 그런 형식이 아니다. 팩트와 사고 피해를 최소화하고 무엇보다 시청자를 불안하지 않게 하는 정보 전달이 핵심이다. 그런데 소방당국의 언론 브리핑에서 일부 기자들의 질문이 노 필터로 전파를 타며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관할인 용산소방서장과 용산경찰서 형사과장을 상대로 질책하듯 고압적으로 질문한 태도도 문제였지만, 정작 질문도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다.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걸 집중적으로 물어야 했는데 정반대였다는 것. ‘지금은 인명 구조와 피해 수습이 최우선’이라는 소방서장의 거듭된 발표에도 기자들은 ‘왜 사전에 인원 통제가 안 됐냐’ ‘마약이나 가스 누출 연관성은 없냐’ ‘클럽 지하에서 피해자가 발견됐다는데’ ‘신원 파악이 왜 안 되고 있나?’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물었다.
물론 이 같은 재앙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정확한 사고 원인과 문제를 짚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여전히 심정지 된 채 이송 중인 피해자가 많은 급박한 상황에서 ‘경찰은 대체 뭐 했냐’고 따지듯 질문하는 건 이 위기를 공동 대처하겠다는 자세로 적절치 않아 보였다. 그런 사고 원인과 책임자 추궁은 현장 수습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이 과정에서 한 기자는 경찰이 원하는 답을 못 내놓자 ‘그럼 확인 가능한 분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몰아붙여 귀를 의심하게 했다. 그는 한술 더 떠 ‘지금 손에 든 종이에 적힌 숫자라도 읽어라’고도 했다. 마이크를 쥔 공무원들의 관등성명을 불러달라고 하면서도 끝까지 자신들의 소속과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주말 밤 갑자기 현장에 투입된 기자들도 아무리 사전 교육을 받았다고 해도 아비규환 같은 현장에서 멘탈을 잡기 어려울 것이다. 더더욱 경력이 짧다면 겁나고 허둥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사상자를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소방, 경찰을 향해 언성을 높이고 고압적인 태도로 오해받을 수 있는 질문을 하는 건 재난 보도 준칙 그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외신 기자들과 비교해 한국 기자들의 질문 수준이 너무 차이 난다는 지적에 필자도 부끄럽고 한없는 자괴감을 느낀다.
http://v.daum.net/v/20221030190913421?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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